심규선 - [몸과 마음] 콘서트 기록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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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만의 심규선 콘서트. 콘서트는 잘 가지 않는 내가 3년째 챙기고 있는 유일한 콘서트. 이번 콘서트는 티켓팅 실패로 못갈 뻔했다. 팬층이 두터워 지면서 티켓팅이 점점 피켓팅으로 바뀌고 있다. 반응이 열광적인지라 다행히도 금요일 공연이 하루 더 열려 겨우 다녀올 수 있었다. 못갔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라는 것도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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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미션이 생겼고 게스트 가수가 없어졌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장소도 퍼펙트. 대학로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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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작년 공연은 심적으로 약간 버거웠다. 하고픈 말이 많아보였고, 그걸 전달하려 애쓰는 그녀도 편해보이지 않았다. 아마 원래 소속사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 코어팬이 아닌 나로써는 정보가 많지 않아 추측만 할 뿐이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지금에 와서야 생각한다.
  어제의 그녀는 아주 생기넘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관객들에게 많이 나눠주려고 했다. 강해질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슬픔을 어떤 긍정적인 힘으로 치환하여 살아내자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새'의 이미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 표현이 매우 적절함을 느꼈다. 새는 전통적으로 전서구적 역할의 상징이다. 그녀는 외롭고 슬픈 사람들을 대신하여 노래를 한다고 했다. 노래를 통해 심규선은 우리 모두의 대변자이자 대리자가 된다. 그 점에 깊이 위로받았다.
  혼자 외로운게 아니라는 것, 혼자 슬픈게 아니라는 것, 혼자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 혼자 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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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는 새 앨범 [몸과 마음]과 [환상소곡집]의 노래를 부르고, 2부는 기존 앨범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을 위주로 노래해 주었다. 모두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몇 곡을 특별히 꼽아본다면.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건가요>
    내가 심규선을 처음 알게된 곡. 매 콘서트마다 빠지지 않는다. 재잘재잘 사랑스럽다.

  <연극이 끝나기 전에>
    빠지면 어쩌나 했다. "어느날 그대는 나에게 왔고 나는 갑자기 무대 위로 끌어올려졌어요". 심규선의 노래들은 시적이면서도 서사가 있다. 뒤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뮤지컬 같다 평하는 걸 듣고 가슴 깊이 공감했다.

  <음악가의 연인>
    심규선은 이 노래가 헌신에 대한 노래라고 칭했다. 노래를 들으며 정신없이 눈물을 흘렸다. 자꾸 헤어진 L이 생각났다. 마음껏 슬퍼하고 울고 가라는 얘기를 들어서일까. 이번 콘서트에서 한 곡 뽑으라면 이 곡을 뽑으리라.

  <달과 6펜스>, <오필리아>
    서사가 뛰어난 곡들. 특히 오필리아 사랑한다.

  전반적으로 콘서트 선곡을 짬지게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약조절이 탁월했다. 매년 같은 일을 해도 퀄리티가 나아지는 일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심규선이 매우 대견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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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는 있었지만 여덕이 정말 많았다! 물론 나도 원오브뎀. 왜이렇게 이쁘고 노래도 잘하고 가사도 잘 쓰는 건데요.
  심규선은 생각보다 많은 팬들을 알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인 팬이 나와 짧은 인터뷰를 하면서 언니를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심규선은 그 노래를 들었으며 고맙다고 했고, 팬은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내가 다 고마웠다. 팬들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사랑한다고 감히 이야기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웠음을 토로할때의 그녀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콘서트장은 모두가 그렁그렁 분위기.
  팬덤에서 자체적으로 야광봉 굿즈를 제작해서 가져왔는데 넘나 부러운 것... 나도 갖고싶어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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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매우 좋았던 콘서트. 글 실력이 짧아 좋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되네. 계속 부지런히 곡 쓰고 새처럼 노래해주세요.





시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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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에는 술자리에서 언어적 성희롱을 당하고, 수요일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시를 당하고, 목요일에는 술 마시며 힐난 아닌 힐난에 생각이 어리다 소리를 듣고, 금요일에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갔다가 춘삼월도 아닌 사월에 눈발싸대기를 맞고 토요일에는 급체가 올라왔다. 세상에 일주일이 칠일이나 되다니. 날 죽일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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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참을 수 없어지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아니면 내가 험한 일을 안겪어 본게 틀림 없다. 험한 세상 덜 살아본 거겠지? 제발 그러길. 근데 왜 한 해 한 해 묵어갈 수록 힘에 부치는 걸까? 지금의 나에게선 나 - 가족 = 0. 이러한 상태이다.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지만 가끔식 속을 긁)는 엄마아빠와 동생과 우리개. 이 중 하나만 잃게 되도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상상이 되지 않으니 자꾸만 상상을 해보려 한다. 극한을 상정하는 버릇은 고만 버려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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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날이면 영화나 책 조차도 힘에 부친다.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급체라니. 잘 먹고 잘 자는게 나의 장점이었는데. 작년 그 일 이후로 나는 푹 잠드는 일이 약간 어려워졌고, 예전처럼 많이 먹지도 못한다. 베개에 머리 붙이는 일이 두려운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정말 시름이 깊으면 잠이 안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나이드는거야? 늙는거야? 앞으로의 미래를 자꾸 상상할 수 없고 비관적인 상상만이 피어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상상하고 그것이 현실이길 바라는 바보같은 짓. 내 엉망인 상태를 자꾸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나는 뒤돌아 내 탓이 아니라고 말하며 빠져나오길 바라는 달콤한 상상. 회피형 인간의 사고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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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런 시름은 돈을 써도 잊혀지지 않지. 점점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무엇을 할 힘도 잘 없고.



 

괴이하지만 사랑스러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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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해를 시작한지 3개월째. 뭔가를 하고자 했던 의지는 재빠르게 사그라들었고 여느때와 다름없는 무기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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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얘기가 없으면 영화 얘기나 해보아야겠지요. 스포밭이니 안본 사람은 패스 요망.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부제까지 함께 붙어야 맞는 짝인 듯 느껴진다. 델 토로 감독의 전작 중 본 것은 판의 미로 뿐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충분한 사전 설명을 들은 것처럼 느껴졌다. 비슷한 구석들이 많았다.

  우선 악역인 스트릭랜드. 델 토로 감독에게 악역이란 뭘까. 마초성의 집성 같은 것일까? 판의 미로에서 끝없이 아이를 괴롭히던 무서운 양아버지가 생각난 건 나 뿐만이 아니겠지. 초록색 사탕을 까득까득 씹는 강박적 묘사가 매일 같은 시간 면도를 하던 그 군인과 겹쳐보였다. 주인공으로부터 무언가를 뺏거나 지키는 역할인 것도 동일하고. 데칼코마니 같은 캐릭터.
  특유의 잔인함에서도 같은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스트릭랜드의 손가락은 잘려나갔다가 엘라이자가 주워다 준 덕에 다시 붙지만 결국 까맣게 썩어들어간다. 종내에는 스스로 그 손가락을 분질러버리기까지. 주인공을 도왔던 박사는 총에 맞아 볼 옆에 구멍이 뚫리는데 판의 미로에서 양아버지의 입이 찢어지는 장면과 바로 연결된다. 비오는 부두에서 스트릭랜드의 안면이 가격당하는 장면에서는 두 눈을 질끈 감긴다. 이러한 씬의 묘사는 사실적이라기보다는 문학적이다. 장면의 소리나 촉감 묘사에서 오는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초적 악역과 특유의 잔인함은 엘라이자와 괴물의 사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신기한 영화다. 예쁜 구석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참으로 사랑스럽다. 특히 샐리 호킨스의 엘라이자란... 세상에나. 이렇게나 성마른 여자의 큼지막한 이목구비가 귀엽게 느껴질 줄이야. 대사 한마디 없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다 한다. 이 지경이 되니 물고기 괴물이 구륵대는 소리마저 귀엽기까지 하다. 괴물은 우리개와 좀 비슷한 부분이 있다. 말은 못하는데 말 다하고 감정교류도 하고 사랑스럽고. 여튼 이 부분은 호불호가 있겠지만. 판의 미로 눈깔괴물을 본 이상 이정도는 그냥 애교로 넘어간다.

  판의 미로와의 유사점은 엔딩부까지 귀결된다. 현실세상은 이들이 잠시 거쳐가거나 인연을 맺는 공간일 뿐 영원히 머무르는 곳은 아니다. 이들의 영속성은 이계, 다른 공간으로 이어진다. 그게 슬픈 지점이다. 엘라이자의 아가미가 발현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건 그 '사람' 뿐이라고 맹렬히 수화로 울부짖던 그녀가 결국 원래 속했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분명히 기쁜 일임에도 불구하고. 물에서 건져왔다는 그녀가 결국은 물에서 온 존재와 사랑에 빠져 물로 돌아갔다. 완벽한 결말이다. 그 사랑의 모양은 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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